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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교황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송별 미사 강론
  • 작성일2017/09/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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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교황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송별 미사 강론 
(2017년 9월 6일 오후 6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교황 성하와 성좌를 대리하는 직책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저는 존경하는 염 추기경님과 정 추기경님,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주교님 여러분들과 한국의 사제와 수도자와 평신도분들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교회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교황 성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신앙이 처음 생겨난 그때부터 성령께서 깊숙이 현존하심을 알게 된 것은 특권이고 기쁨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희생은 영적인 힘과 성장의 원천입니다. 

교황 대사로 지내 온 이 모든 세월 동안 저는 한국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모든 희망의 ‘빛’과, 커다란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의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의 위험에서 오는 ‘그림자’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영육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교황 성하의 바람을 실현하고자, 교회법에 명시된 교황 대사의 두 가지 역할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교황 대사는 평화와 민족의 연대에 관한 모든 것에서, 그리고 민족의 선익과 품위를 촉진하는 일에서, 성좌와 한국 정부 사이의 우정과 협력을 돈독히 할 의무가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 모두는 번영과 평화와 민주주의 제도의 수호에 대한 한국 국민의 열망을 공유해 왔습니다. 

둘째로, 교황 대사는 지역 교회들의 사목적 염려를 뒷받침하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저는 한국 국민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으며 깊은 종교적 신념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우정과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주교님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보여 준 형제적 친밀함과 친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거룩한 순교자들의 피와 근면한 민족의 선의로 풍요로워진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교회를 위해 봉사하였던 것은 참으로 영광이었습니다. 주교님과 교구와 수도회 신부님들의 사목 열정과, 수도자들의 헌신, 그리고 평신도 공동체의 신앙의 열정은 영적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지속적 대화와 선한 의지를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고무적입니다.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많은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로 축복받은 활기찬 교회입니다. 언제나 새 복음화를 위하여 봉사하려는 새로운 열의와 열정을 지니기를 기도합니다. 

교황대사관은 교구들의 관심사와 연관된 복합적인 일에서, 주교님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협력과 사목적 조언에 의존하였습니다. 2008년부터 교황 성하께서는 15명의 새로운 교구장, 부교구장, 보좌 주교님들을 임명하셨습니다. 일부 주교님들은 대주교로 승격되시고, 다른 주교님들은 지역 직권자가 되셨습니다. 몇 분은 은퇴하시고, 두 분은 하늘 나라로 부르심을 받아 떠나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교구들의 사목적 필요에 관하여 매우 면밀하게 몸소 대처하십니다. 

이러한 교회 활동에서, 저는 교황대사관은 단지 주님의 행복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겸허히 깨달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에서 보듯이, 모든 교황 대사 임기의 끝맺음은 모든 공로가 주님과 그리스도교의 씨앗을 심은 이들에게, 또한 빛나는 삶의 모범으로 이 사랑받는 나라 안에서 신앙이 자라나게 한 주교님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훌륭한 길입니다. 

따라서 주교님들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 특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임직원들의 모든 협력과 도움에 대하여 저의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합니다. 저의 “짐”은 여러분의 사목적 사랑과 이해, 선의와 연대로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날마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사명에 맞갖은 사람들이 되기를, 또 우리의 나약함과 실패에 대하여 주님의 자비와 연민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영적 위안의 원천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이었습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직접 방한을 결정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의 초대와 간략한 프로그램을 읽으신 뒤에, 2013년 12월 초 어느 날 당신의 비서에게 “저는 한국에 가기를 원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바로 그날까지도 계속해서 순교자의 증거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 성령의 현존과 활동의 신비를 직접 목격하시기를 바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문은 친교(코이노니아), 믿음, 기도,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민족의 영육간의 행복과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교황님의 방한 정신은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생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라는 제6차 아시아 청년 대회의 주제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사도적 열정을 지닌 한국 교회가 계속해서 이 대륙을 성장과, 신앙과 예배의 삶으로 이끌고 있음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저의 특권이었습니다. 세상의 한 부분인 이곳에서 교회는 희망을 지니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는 위해, 그리고 특히 아시아 교회를 위해 특별한 “대외”(ad extra) 선교의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교님들과 가톨릭 공동체의 도움과 협력으로 사도직 활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번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교황대사관은, 새 교황 대사가 도착할 때까지 권한 대행으로서 전권을 맡는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 아래서 교황 성하의 사절로서 정상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형제 주교님 여러분의 친절과 우정에 감사드리고, 선의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의 종이신 교황 성하의 종인 저를 위해 특별히 기도해 주시기를 여러분께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합니다.   

하느님께서 한국을 사랑하고 복을 베푸시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을 사랑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