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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주교회의 2018년 춘계 정기총회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연설
  • 작성일2018/03/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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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8년 춘계 정기총회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연설
(2018년 3월 6일)

존경하는 추기경님과 주교님 여러분,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로서 6개월 만에 두 번째로 이번 주교회의 정기총회에 초대받아 사도좌가 보내는 형제적 친교와 교회적 지원의 메시지를 주교님들께 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친절히 저를 초대해 주시고 따뜻이 환영해 주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과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을 비롯하여, 한국 교회의 모든 주교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임시 교황대사 대리로서 한국 교회와 베드로좌의 일치와 친교를 위하여 봉사하는 이 6개월 동안, 교황대사관 업무에 아낌없이 협조해 주시고 저 개인에게도 진심 어린 도움을 주신 데 대하여 특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1. 한국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과 사랑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며칠 전에 알프레드 수에레브 몬시뇰을 신임 주한 교황대사로 임명하셨습니다. 신임 교황대사님의 이력서는 이미 주교님들께 보내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이력을 통해 우리는, 그분이 6년 동안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개인 비서를,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재위 첫 해에 개인 비서를 역임하면서 두 교황님과 개인적으로 친밀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황대사님은 그 뒤로 신설된 교황청 재무원 사무총장을 맡아 오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즉위 5주년인 오는 3월 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신임 교황대사를 아만테아 명의 대주교로 서품하실 것입니다. 성좌의 규정에 따라 신임 교황대사는 임명 발표 후 3개월 안에 새 소임지에 부임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머지않아 주교님들께 정확한 부임 일자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수에레브 몬시뇰은 한국의 주교님들과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하느님 백성에게 당신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말씀을 주교님 여러분께 전달해 줄 것을 제게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기쁨과 열의에 차, 저를 대한민국과 몽골 교황대사로 임명하시고자 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여러분 곁으로 가서,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여러분 모두와 함께 성화를 이루어 나가고자 합니다.”  

교황님께서 신임하시는 측근의 고위 성직자를 선택하신 것은 한국에 대한 당신의 사랑과 관심을 보여 주는 명확한 지표라고 믿습니다. 여러분께서 기억하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에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하시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최근에도 교황님께서는 2017년 성탄에 ‘로마와 전 세계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황 장엄 강복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특별한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교황님께서는 2018년 1월 8일 교황청 주재 외교단의 신년 하례회에서 전 세계 183명의 외교관들에게 중요한 ‘외교 연설’을 하시면서, 당신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로 먼저 한국을 꼽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께서는 불과 한 달여 전인 2018년 2월 7일에 평창 동계 올림픽에 전하신 아름다운 메시지에서 “성좌는 평화와 민족들의 만남을 위한 모든 유용한 노력들을 지지한다는 약속”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해 주셨습니다.

2. 생명의 문화

또한 교황 성하와 성좌는, 낙태와 안락사를 합법화하려는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여 임신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생명을 수호하고 이 나라 안에 참다운 “생명의 문화”를 증진하려는 주교님들의 훌륭한 노력에 진심 어린 지지와 환영과 격려를 보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이루는 친교 안에서 한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태아의 생명에 대한 온갖 침해와 낙태를 반대하며 선포한 그 장엄 선언을 확고히 되울려 퍼지게 합니다. “생명은 임신[受精] 순간부터 최대의 배려로 보호받아야 합니다”(사목 헌장, 51항).

주교회의는 이러한 분야에서 성좌의 뜻을 굳건히 따라, 정치, 경제,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주역들에게 생명 수호 문화의 증진과 법제화를 위하여 온힘을 다하라고 촉구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과 관련하여, 이들이 생명을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는 데 우호적인 환경과 사회 관계망 구축을 위하여 노력하라고 촉구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교회의가 다른 종교들과 그리스도교 교파, 선의의 모든 사람과 협력하여 낙태죄 법안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상찬할 만합니다.

“가정과 생명 운동”을 통하여 한국 교회는 임신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영적 물적 도움을 주고 임신 전후의 모든 측면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자력으로 신생아를 돌볼 수 없는 곤경에 놓인 모성과 가정의 신생아를 돌보면서, 이러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고 확산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을 대신하여 저는 이 숭고하고 모범적인 활동에 축하와 깊은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이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3. 사제의 지속적 양성

이번 춘계 정기총회 의안집에 수록된 풍성한 안건들을 보면서 저는 이제 각별히 중요한 주제 하나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사제의 지속적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는 이 주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을 깊이 따르는 여러분의 사목적 노력을 보여 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 성하께서 2014년 10월 3일에 성직자성 총회에서 하신 첫 연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초기 양성과 지속 양성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필요한 방법과 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양성은 주님을 사랑하고 항구하게 따르는 사제-제자 생활이라는 동일한 실재의 양면입니다. … 친교를 나누는 가운데 평생 양성을 통하여 돌보는 성소는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복음화의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가) 주교와 사제의 관계

이러한 지향을 온전히 따라, 모든 교구장 주교님과 보좌 주교님은 2018년 1월 29일에서 30일까지 이틀간 주교 연수를 개최하여, 주교가 자기 사제들에 대한 부성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셨습니다. 이는 선교 지역 국가의 모든 주교님에게 보낸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님의 2017년 7월 11일 서한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였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주교님들이 하느님 백성을 사목하면서 여러분의 첫째가는 협력자들과 참으로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고, 하느님 아버지의 부성과 비슷하게 그 모습으로, 그들에게 자부적인 사랑을 기울이려 하는 훌륭한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하십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종족이 아버지에게서 이름을 받습니다”(에페 3,15).

나) 설교에 관한 사제 교육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 사제 사목 직무의 핵심인 설교, 특히 미사 강론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사제의 지속적 양성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생한 가르침에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여러분에게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당신의 첫 번째 교도권 문헌인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이러한 쟁점을 다루셨습니다. 교황님께서 2013년 11월에 반포하신 이 문헌은 바로 당신의 교황 직무를 위한 계획의 ‘선언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문헌의 18면을 ‘강론’과 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할애하셨습니다. 상당 부분이 이 주제에 할애된 것은 복음 메시지 선포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성직자가 신자들과 이루는 관계의 비결인 설교 ‘직무’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을 보여 주는 표지입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8년 2월 7일 수요 일반 알현에서 이러한 사제 사명의 본질적 측면을 재언급하시며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강론은 상황에 따른 연설이나 교리 교육, 강의나 수업이 아닌 전혀 다른 것으로, 주님께서 이미 당신 백성과 시작하신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고 삶 안에서 충만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강론을 하는 사제나 부제나 주교는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이에게 실제로 봉사하여야” 한다고 상기시키시면서, “강론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직무를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황님께서는 전형적인 당신의 어법으로 이렇게 연설을 마치셨습니다. “강론은 간결하면서도 잘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강론을 준비합니까? 기도하고, 하느님 말씀을 연구하며, 명확하고 간결하게 종합하여 준비하는 것입니다.”

교황 성하께서 거듭 밝히셨듯이, ‘강론 기술’은 신학교의 초기 양성과 모든 교구의 지속적인 양성에서 핵심이 됩니다. 이에 따라, ‘강론 기술’은 ‘방법’과 무엇보다 ‘실존적 개인적 헌신’을 수반하며, 한국 교회를 포함하여 교회 안의 모든 자리에서 성직자의 지속적인 양성을 통하여 길러지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성찰에 작은 도움을 드리고자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강론”에 관하여 가르쳐 주신 주요한 측면들을 잠시 되짚어 보며, 한국 사제의 ‘지속적인 양성’ 계획에 관하여 몇 가지 통찰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강론은 대중 매체가 보여 주는 식의 일종의 오락이 될 수 없지만 그 거행에 활기와 의미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전례 거행의 “조화”와 “리듬”을 깨뜨리지 않도록 “강론은 간결하고 연설이나 강의를 닮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138항).

교황님께서는 강론자가 “어머니가 자기 자녀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라고 요청하십니다(139항). “이러한 어머니다운 교회적 상황은 강론자의 친밀함, 따스한 어조, 가식 없는 말씨, 기쁨에 넘치는 태도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140항).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순전히 도덕적이거나 교리적인 강론, 또는 성경 해석 강의가 되어 버린 강론은 강론 안에서 이루어지고 거의 성사나 다름없는 특성을 지녀야 하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에서 멀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십니다(142항).

이러한 관점에서 베드로의 후계자께서는 사제의 지속적 양성을 목표로, 본당 신부가 분주한 가운데서도 강론 준비를 위해 “연구와 기도와 묵상에 오랜 시간을 바쳐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145항). 교황님께서는 “준비가 되지 않은 강론자는 ‘영성적’이지 않고 정직하지 않으며 자신이 받은 은사에 무책임한 자”라고 단언하셨습니다(145항).

불행하게도 우리는 한국이든 다른 어디서든 가끔 강론의 목적이 전례 독서로 선포된 하느님 말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경우를 발견합니다. 이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강론자가 “강론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 성경 구절에 모든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상기시켜 주십니다. “우리가 말씀을 왜곡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거룩한 두려움을 가지고” 말씀을 소중히 여기고 연구해야 합니다(146항).

친애하는 대주교님들과 주교님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 권고의 형태로 사제와 강론자에게 강론 준비를 위한 세부 지침을 주셨습니다. 여기서 저는 일부 요점만을 말씀드렸고, 하느님 백성의 선익을 위한 강론이라는 사목 직무에 관하여 성직자들의 지속적인 양성 계획에 도움이 될 성찰인지는 여러분께서 주교로서 식별하실 수 있도록 겸손히 제안드립니다.
              
4. 결론

이제 저는 여러분께서 이번 춘계 정기총회에 제시된 안건들에 대하여 귀중한 토의를 시작하시는 데에 교황대사관의 깊은 존경과 기도와 우정과 지지를 새롭게 전하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과 한국인 모두의 선익을 위하여 여러분의 공동 노력이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