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5년 부활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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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활 메시지]

"세상의 빛" (요한 8,12)
 
 
 
 
부활대축일을 맞이하여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사순절 동안 전례를 통하여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에 참여하였습니다. 기쁜 주님의 부활이 있기 위해서는 먼저 어두운 수난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수난의 역사는 게쎄마니에서 시작하여 십자가의 죽음으로 마감을 하고 주님께서 예고하신 대로 기쁜 부활을 맞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대사제의 군인들에게 잡히시고 수난의 모욕과 고통을 겪으십니다. 고난 받는 야훼의 종 노래(이사 53,1-12)에서 예언한대로 주님께서 온갖 굴욕을 겪으며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이러한 수난과 부활의 예고는 주님께서 세 번이나 이미 예고하셨던 일입니다 (마태 16,21-23; 17,22-23; 20,17-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하시며 당신 친히 부활하셨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수난과 부활을 이해하지 못했다하더라도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부활하신 당신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그들을 가르치십니다. 또한 예루살렘에서 좀 떨어진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도 나타나셔서 그들과 동행하시면서 당신 수난과 부활의 의미를 설명해 주십니다. 그 제자들은 날이 저물어 주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뗄 때에 비로소 주님을 알아보고 기뻐합니다. 주님께서는 부활의 이 기쁜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해주신 것처럼 이제는 우리와 함께 하시며 부활의 기쁨을 나누도록 하십니다.
 
 
우리는 주님 부활의 의미를 현 생활에서 새기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를 이루고 있는 기초적인 공동체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가정에서부터 주님 부활의 생명이 성장되고 복음화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해,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 8차 정기총회에서 밝혔듯이 가정에서부터 거룩한 성소가 싹트고 성장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가정에서 시작된 복음정신은 부활과 더불어 이웃에게 선포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가정교회를 강조하시며 위협과 파괴로 갈라지는 가정에서 가정 본래의 모습으로의 회복을 당부하십니다.(가정 공동체,16항).
 
 
성체성사의 해(2004년 10월-2005년 10월)를 반포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그의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 (Mane Nobiscum Domine)'에서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주님과 제자들, 식탁에서 빵을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좀더 성체성사의 신비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루가 24,13-35).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세상의 빛"(요한 8,12)이라고 말씀하신 대로, 부활을 통하여 어두움과 죽음을 이기고 하느님의 영광을 눈부시게 드러내십니다. 이 성체성사의 해에 우리는 가정과 이웃 안에서 성체성사의 신비를 나누며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증명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 당면해 있습니다. 또한 요즈음 불거진 이웃나라와 외교적 마찰은 우리의 평화를 깨트리고 서로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현실을 더욱 어둡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의연하게 이 난국을 타결해 나갈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 신자들은 일치와 화합을 바탕으로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야겠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이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졌듯이 현실의 어려움이 나라발전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부활하신 주님께 특별히 나라의 평화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서로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하면서 교구 설립 4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에 가정성화에 힘쓰며, 특히 우리의 청소년과 본당과 공소사목의 활성화를 시작으로 부활의 빛을 밝히도록 합시다.

 
 
 
 
2005년 부활대축일에
천주교원주교구장 주교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