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18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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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 축일을 맞이하여 교우 여러분들에게 기쁨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기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난 겨울은 참으로 추웠습니다. 마음도 얼어붙었습니다. 이 추위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원죄’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자신을 살인범의 딸로 오해하고 있었던 주인공 요오코의 얼어붙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제 마음은 얼어 버렸습니다. 요오꼬의 빙점은 ‘너는 죄인의 자식이다.’라는 점에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젠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어린 아이 앞에서도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게는 이미 살아갈 힘이 없어졌습니다. 얼어붙어 버린 겁니다.
아빠, 엄마, 부디 루리꼬 언니를 죽인 제 친 아버지를 용서해 주세요. (...)
저는 지금까지 이처럼 용서를 바란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용서를 바라는 것입니다.
아빠에게, 엄마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제 핏 속을 흐르고 있는 죄를 ‘용서하겠다.’고
분명히 말해 주는 권위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에게도 ‘빙점’이 있습니다.
‘나도 당했다.’는 억울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너는 죄인이다.’라는 비난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끄러움과 미안함으로 이제껏 걸어온 길을 떠났습니다.
심지어 죽음을 선택한 사람도 있습니다.
혼돈의 틈으로 시기와 질투와 정치적 음모가 스며들기도 했습니다.
억울함이 또 다른 억울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우리 사회입니다.
쇄신이 필요한 우리 교회입니다.
무엇보다 회개가 필요한 우리 자신들입니다.

저는 올 한 해를 ‘희망의 해’로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는 희망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희망합니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예수님을 부활시키신 하느님은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하느님은 불의한 죽음을 겪으신 예수님을 방치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죽음을 넘어서까지도 희망할 수 있는 분이심을 주님의 부활로 증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교회의 출발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이 희망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 속에도 기쁨을 줍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죽음에서 예수님을 일으키신 하느님이 우리의 기쁨, 우리의 위로, 우리의 힘, 우리의 구원이십니다.
하느님이 베풀어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18년 부활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