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15년
우리 가정, 우리 교회, 우리 하느님: 교구 설정 50주년 축제의 해
  • 작성일 : 2020-03-12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1 데살 5, 16-18).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교구의 교우, 수도자, 성직자들이 주님의 한 집에 초대되어 복음적 생명력을 가지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온 지 5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50년 축제의 해를 보내면서 우리에게 항구히 베풀어 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려야합니다.

 

우리 교구는 어렵고 힘든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시대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1965년 설정되었습니다. 50년 전 원주교구는 가난하고 척박한 땅에서 주님께서 가르치시는 복음적 삶을 살아가며, 소유와 물질주의 삶에 반하는 삶을 살도록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50주년 희년의 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들이 "가난했지만 어질었고, 순박했지만 강직하였기에 잡초의 생명력으로 들빛의 희망으로 가꾸어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교구설정 25주년 맞아 언급한 저의 선임 교구장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 더 나은 미래의 복음적 삶으로 떠나기 위해 우리 교구에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하기를 기도하며, 전 교우가 함께 저의 사목표어인 항상 기뻐하는 삶(1 데살 5,16) 안에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내적 성숙과 쇄신의 삶을 살아야하겠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이라는 축제의 해를 맞이하면서 10년 동안 교구의 내적 성숙을 위해 준비한 결과로 올해는 ‘우리 가정, 우리 교회, 우리 하느님’이라는 사목목표를 가지고 ‘교구 설정 50주년 축제의 해’로 지내고자 합니다. 우리 가정은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터전이며 가장 작은 공동체입니다. 가정 공동체는 봉사하는 교회,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 성사 안에서의 교회로 사목 목표를 삼아온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의 우리 교구의 사목 방향이었습니다. 이제 교구 설정 50주년이 되는 올해 축제의 2015년은 믿음, 희망, 사랑의 해로 보낸 후 맞이하는 희년의 해입니다. 우리는 50주년 축제의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하신 베드로 사도의 말씀을 다시 되새겨야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작은 자선만을 바라던 성전 앞의 불구자가 주님의 은총으로 온전히 걸으며 주님을 찬미하였습니다. 50주년 축제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교구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베드로와 요한 사도처럼 금과 은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참된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분의 은총을 선사하고 오로지 이 세상에 복음화를 실현하는 것뿐입니다.

 

우리 교구를 설정하신 복자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복음화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 단순한 선교의 개념을 넘어서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 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정화하고 바로잡는 데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현대의 복음선교 19항). 복음화는 인간의 잘못된 가치관, 상식, 사상 그리고 오류들을 보편적 진리로 이끌고, 태초에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 31) 하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정화하는 것이며,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삶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은 단순한 혈연관계만의 가정이 아닌 하느님을 믿고, 섬기며 그분의 뜻을 따르는 복음화의 첫 시작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 48-50).

 

변화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가톨릭 부부 공동체의 삶은 인간 사회의 원천과 기초로 삼으신 하느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큰 성사가 되게 하셨으므로(에페 5, 32 참조) 그 독특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가정 공동체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부부는 서로 자신들에게 또 자기 자녀들과 다른 가족들에게 은총의 협력자이며 신앙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며, 바로 교회의 가정 성소가 될 때에, 가정은 그 사명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평신도 교령 11항). 그러나 현대 가정은 새로운 도전들에 맞서게 되었고,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 방문을 하시며 많은 이들에게 복음적 생명력을 주신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지난 10월 5~19일 ‘가정사목과 복음화’을 주제로 제 3차 세계 주교 시노드 임시 총회를 개최하시며, 가정들이 마주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으며, 가정을 둘러싸 질식시켜버리는 많은 문제들에 해답을 마련하기에 노력하셨습니다.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가정 공동체의 삶이 바로 보편적 진리 안에서 복음적 생명을 품고 실천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이며 이러한 "우리 가정"은 복음적 생명을 품고 자라게 하는 주님의 집인 교회를 구성하여 기쁨과 희망(사목헌장 1항)의 “우리 교회”를 형성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한없는 자비로 우리를 이끄셨으며, 우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초기 교회 공동체와 같은 마음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 32) 한 분이신 주님을 한 신앙 안에서 “우리 하느님”으로 고백합니다.

 

우리 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던 초기 신자 공동체와 같이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사도 2, 46-47)하는 나눔과 섬김의 친교 공동체입니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 할 때, 사랑과 자비의 교회는 주님의 말씀과 행함에 따라 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에 따라 가장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당신 자신과 일치시키신 주님과 일치하여야합니다. 베드로 위에 세우신 당신의 교회는 주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신 섬김의 교회이며, 초기 공동체의 삶에서 나타나는 나눔의 친교 공동체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올해는 우리 원주 교구 설정 50년째 되는 희년이 되는 거룩한 해이며, 축제의 해입니다. “우리 가정, 우리 교회, 우리 하느님”이라는 올해의 사목 목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올해는 우리 교구 모든 교우,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가 함께 공동체성을 가지고 “복음화의 아죠르나멘또(aggiornamento)”를 실천해야합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처음 사용하신 용어 아죠르나멘또는 “개혁과 쇄신” 또는 교회의 현대 세계에 대한 “적응과 쇄신” 즉 “현대화”를 의미합니다. 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신앙의 해 개막을 선포한 다음날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석하였던 공의회 교부들 가운데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약 7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아죠르나멘또의 의미를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의 지속적 생명력을 표현하며, 신앙을 약화시켜 시대의 유행에 맞추면서 우리 마음에 드는 표현법으로 축소, 환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그 반대”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우리 교구는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암울했던 한국사회에 정의와 평화의 산실로 우리나라 민주화와 복음화에 촛불의 역할을 하였고, 사회 복지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나눔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은 어둡기만 하며 불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의와 평화(로마 14, 17),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일부 위원회의 활동과 사회복지회의 활동으로는 미약하며, 그들만의 몫도 아닙니다.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이 그 활동의 시작이며, 교구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는 본당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각 본당의 구체적인 역할은 복음화를 위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오신 우리 주님의 일이며, 한 하느님을 한 신앙 안에서 고백하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한 신앙 안에서의 한 분 이신 하느님을 고백함과 그분의 나라가 오리라는 희망 안에서 사랑의 실천을 통해 드러납니다. 사랑의 실천이란 복음화의 아죠르나멘토를 위해 지역선교와 소공동체 활성화,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사회 사목적 배려, 불의한 국가 경제 구조 체제 안에서 고통 받으며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공동선을 실현하며 그리스도교의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올 한해 신앙 안에서 일치하며 이미 왔으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고, 사랑 안에서의 실천을 통해 우리 가정과 우리 교회의 삶의 기쁨이 충만하여 복음적 생명력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우리 교구의 설정 50주년은 우리가 사는 “오늘”을 우리 하느님의 “오늘” 안으로 가져가는 거룩한 시간이며 영원하신 분의 계획안에 현존하는 영원한 “오늘”이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교는 항상 새롭고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십니다”(히브 13, 8).

 

우리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며 항상 기뻐하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1 데살 5, 16-18) 신앙인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또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충실히 섬기며 살 수 있도록 천상 은총의 어머니 마리아께 간구하며 우리나라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의 전구를 청합시다.

 

“주님, 저의 희망은 오직 당신께 있습니다” (시편 39, 8). 

 

2014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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