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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메시지] 2020년 부활메시지
  • 작성일2020/04/1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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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렐루야!


“그리스도 나의 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

부활절 부속가의 한 구절입니다. 올해 주님의 부활은 코로나 사태로 힘든 우리에게 더 절실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에게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은 이 세상에 목표와 희망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이 세상을 넘어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는 일찍이 우리 신앙의 선조들인 순교자들에게서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 지은 4.4조 [사향가(思鄕歌)]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화우리 벗님네야 우리본향 차자가세
이러하온 풍진세계 안거할곳 아니로세
아마도 우리낙토 천당밖에 다시없네
천주두자 별말인가 우리시조 이름이라
원시조를 누가찾나 성교인이 찾았구나.”


103위의 한 분이신 남명혁 다미아노 성인이 아내 이연희 마리아 성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이 세상은 주막집에 지나지 않고 우리의 참된 고향은 천국이요. 천주를 위하여 죽으시오, 그리고 영원한 영광의 나라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바라오.” 아내 이연희 마리아 성녀는 남편을 따라 1839년 9월 23일 순교하셨습니다.

만일 부활이 없다면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지 않았다면, 죽은 자들의 부활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순교자들은 가장 가련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현세에 희망을 두지 않습니다. 우리의 절대적 희망은 바로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입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그런 절대적 희망은 이 세상에서의 작은 희망들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들이 백년해로하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그래서 손자들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는 희망, 세상 끝 날까지 신뢰할 수 있는 교회에 대한 희망, 남북통일의 과제를 안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적 군사적 안정과 문화적, 정치적 성장이라는 희망들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그런 작은 희망들을 끊임없이 희망하게 합니다. 우리는 요즈음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19 사태가 끝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현인들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이 돕는다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두 세 사람이 함께 할 때 들어주신다 하셨습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함께 협력하고, 또 한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예수님이 가장 많이 베푼 기적은, 복음서에 따르면, 병의 치유입니다. 병을 치유하실 때 예수님은 가장 요구하신 것은 믿음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루카 7,50; 8,48) 믿음으로 구합시다. 우리의 부족한 믿음에 도움을 청합시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마르 9,24) 기적이 믿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기적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코로나 -19 사태의 극복을 통해서 주님 부활의 의미와 기쁨을 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사랑의 아버지 하느님과 은총을 베푸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의 축복을 빕니다.
 
2020년 주님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