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11년
성사 안에서의 교회 - 성체성사와 함께하는 성화의 해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1)
  • 작성일 : 2020-03-12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해, 우리는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성경과 함께하는 해’를 보내면서 말씀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때 말씀을 선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고, 말씀이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하는 노력들을 해 왔습니다.
 
 
올해의 사목 목표는 ‘성사 안에서의 교회’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성사생활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사에 대해, “표징”이라고 이야기 하며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의 몸의 건설, 또한 하느님께 대한 흠숭을 목적으로”한다고 가르칩니다(전례 59항). 거룩함을 지향하는 표징, 곧 ‘하느님 은총의 표지’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노 성인 이래로 교회는 성사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의 보이는 표지’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하느님 그리고 하느님 은총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을 체험토록 해 주는 것, 그것을 교회는 ‘성사’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성사’입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요한 1,14) 머무르신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요한 14,9)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당신 삶을 통해서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까지 철저히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마침내 그분과 함께 살았던 제자들은 고백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 볼 수 없었던 하느님을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보고, 느끼고 체험토록 하는 가장 완전한 성사이십니다.
 
 
세상에 오시어 제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느낄 수 있도록 사셨던 예수님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교회를 통해서 당신의 구원사업,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건설하는 일을 계속하십니다.
 
 
이러한 의미로 교회는 예수님의 성사요, 하느님 나라의 성사입니다. 사람들은 공동체로 모여서 기도하고, 삶을 나누며 예수님이 그들과 여전히 함께 하고 계심을 체험해 나갑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마태 18,20) 있겠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교회공동체를 통하여 그대로 체험되어집니다. 따라서 교회는 예수님 사랑의 그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예수님의 성사요, 볼 수 없는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게 하는 하느님 나라의 성사입니다.
 
 
성사인 교회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삶의 아주 중요한 순간들과 인간 실존의 상황들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토록 도와줍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에 의한 구원의 상황들에서 비롯하는 구원의 7성사인데 교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삶을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은총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살아가도록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성체성사야말로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이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내어주신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먹음으로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고 성장하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는 한마디로 그리스도인 생활의 ‘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듯이 성체성사 없이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 갈 수 없기에 ‘그리스도인의 밥’입니다.
 
 
밥은 희생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참으로 살리기 위해 당신 생명을 내어놓으셨기에, 땅의 구원을 위해 하늘이 내어놓는 살아있는 빵인 성체성사는 희생입니다.
 
 
밥은 나눔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떼어주시며 이는 내 몸이니 받아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마태 26,26). 성체성사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 우리의 삶을 살 맛 나게 만드는 그것은 나눔입니다.
 
 
희생과 나눔, 그것이 성체성사의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삶의 진리를 성체성사에 담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심은 그분 생명을 받아들임이요, 이는 그분 삶을 받아들임이요,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내가 살겠다는 결단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성체성사의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하늘에서 성체가 나풀거리며 내려오거나 입안에 모신 성체가 고깃덩어리로 변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리석은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아야 합니다. 2천년전에 당신 생명을 밥으로 내어주셨던 그분이 오늘도 미사 중에 당신 몸을 우리의 밥으로 내어주시는 그것이 기적입니다. 당신 자신을 밥으로 내어주심으로 밥에서 이루어지는 신비를 우리도 이루어내도록 힘이 되어주심이 기적입니다.
그리하여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그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펼쳐질 때, 바로 거기에 참다운 기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몸을, 그분의 생명을 전달받은 우리가 그분의 모범을 따라 자신을 내어주고 나눔의 삶을 살아갈 때, 살 맛 나는 하느님 나라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는 바로 그곳에서 세상 사람들이 ‘나’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 사랑을 보고 맛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될 때, 나는 하느님 사랑의 성사가 됩니다.
 
 
내가 바로 성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체험토록 하는 성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사 생활이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성체성사야 말로 그 가장 큰 힘입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성체 강복에 참여하고 자주 성체조배하여 성체신심을 증진시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시며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면서 우리 자신이 하느님 사랑의 성사가 되게 합시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말씀과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되새겼던 우리는 올 해 에는 성사 안에서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하나 되는 교회의 모습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말씀과 성사를 양 날개로 하여 하느님 나라를 향해 힘차게 날개저어 갑시다. 성사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께서 힘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큰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2010년 11월 28일 대림 첫 주일에
지난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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