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6년
생명을 지키는 가정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 31ㄱ)
  • 작성일 : 2020-03-12
친애하는 교구 신자 여러분, 여러분 가정과 이웃에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교구에서는 우리 신자모두가 지난 한 해 동안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크고 작은 여러 행사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며 반성과 감사의 마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올 한해를 10년 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반세기 50주년을 준비하는 첫해로 삼는 뜻 깊은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생명을 지키는 가정”이라는 주제로 교구, 지구, 본당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동정녀 몸에서 태어나시고 가정 안에서 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셨습니다. 우리 자신도 주님처럼 각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태어나 생활하면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합니다. 주님께서 한 가정에 태어나심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셨으며, 베틀레헴의 탄생시기를 보내고 부모의 고향 나자렛에 가셔서 부모님께 순명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 성장하셨습니다. 이 소박한 사실은 우리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의 바탕으로 교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로 부르며, 그곳에서 인간의 사랑과 생명을 시작한다는 것을 변함없는 진리로 삼았습니다. 이에 교회는 가정의 소중함과 함께 각자가 자기 가정에 성실하기를 권장하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소중한 가정이 점점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늘어나는 이혼율과 자유 분방한 가치관은 가정의 보금자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생명을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정이 흔들린다면, 우리 사회의 바탕도 흔들리고 결국 인간의 존엄성마저도 잃어버릴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의 근원은 하느님께 있다는 진리를 믿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살아있는 생명들 중에서도 인간을 특별한 방법으로 창조하셨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모상(창세 1,27ㄱ)으로 창조하시고 살아 있는 생명체로 만들기 위해 아담의 코에 당신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셨고(창세 2,7), 자식을 낳아 번성하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를 다스리게 하셨습니다(창세 1,28). 하느님의 모상과 생명은 인간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며 은혜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인간인 아담은 하느님께 불순명해서 이 소중한 영원한 생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죽기까지 순명하심으로 주님을 믿는 우리는 세례성사로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생명을 주관하시며 당신 보호 아래 두시고 살인을 금하신 법(창세 9,5; 탈출 20,13)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 모든 권한을 주셨지만 생명만큼은 당신의 영역에 속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 누구에게도 그 생명을 관할할 권한이 없음을 가르쳐 왔습니다.
 
 
최근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된 한 교수와 연구팀의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발표는 국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놀라운 성과에 생명윤리와 기술적 위험성에 대한 문제가 가려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잠정적 인간인 배아의 생명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의학적인 불치병 치료에 목적을 두었다 해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을 죽여도 좋다는 공식이 성립되는데,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치관이 극단적인 인간 이기주의로 흐르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복제 인간, 복제 동물은 한편으로는 놀라운 과학의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결국 인간에게는 가정의 소중함을 경시하는 결과로 나갈 수 있고 또 다른 생명체에게는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정이 없는 인간은 결국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포기하고 자연의 질서 파괴는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재앙을 불러 올 것입니다. 그동안 ‘산업화’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세계 각처에서 벌어지는 자연 재앙을 우리는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평화를 외면하는 극단적인 국가 이기주의 수단으로 전쟁과 테러가 자행되는 현실을 지켜보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한 가정 안에서 생활하심으로 우리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성가정을 본받아 복된 가정을 가꾸며 그 보금자리에서부터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회복시켜야 하겠습니다. 건전한 가정은 그 어떤 가치관의 위험과 혼란에서 자녀들을 보호하고 부부를 지키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교구 설정 40주년이라는 뜻 깊은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보았습니다. 이스라엘이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감하고 약속의 땅으로 향했듯이 황무지와 같았던 우리 교구도 40년 세월의 변화와 함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제 50주년의 새로움으로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향후 교구발전 계획을 세우면서 복음화라고 하는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교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첫 출발을 가정에서부터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안목을 가지며 자연과 더불어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신에서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가르침대로 이웃을 향해 복음을 선포하며, 우리 자신이 사랑실천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생명과 환경보존 운동을 전개하며 특히 일상생활과 가정에서부터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 교구의 강과 산 그리고 바다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며 우리 모두가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주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주님의 창조질서대로 진정한 평화와 사랑의 관계를 맺으며 우리 교구를 가꾸어 나갑시다.

 

2005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지난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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