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3년
새 시대 복음화 여정 셋째해 : 복음 안에서 이웃과 함께
  • 작성일 : 2020-03-12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새 천년기를 시작한지 세 번째 해를 맞이합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대희년 준비를 위해 실천해 왔던 <새날 새삶 운동>을 새 천년 시작과 더불어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자 "나부터 새롭게" 변화하는 <선교 영성의 해>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참된 가정 이루기"에 역점을 두어 <복된 가정의 해>를 선포하였습니다. 세 번째 해인 올해는 "좋은 이웃 되어주기" 위한 <복음 안에서 이웃과 함께>를 사목 목표로 정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 인간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하는 이웃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벗'(요한 15,15)이라 부르시며, 우리도 모두 '한 형제'(마태 23,8)임을 선언하셨습니다. 또한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고 말씀하시고 마침내 이웃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는 사랑의 원리를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도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함과 풍요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은 언뜻 행복과 평화를 보증할 듯 하지만, 오히려 더 깊은 불신과 분열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물질적 요소들이 인간의 삶을 충족시킬 수 없음은 물론, 더 많은 욕심과 경쟁을 조장하여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증오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조건이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 내 삶의 장애물로 여겨진다면 그 안에서 어찌 행복과 평화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이웃과 함께 하는 생활의 기준을 복음안에서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기를 명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보편적이고 개방된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마태 5,44-46). 우리도 이웃과의 관계에서 민족이나 종교, 성별, 신분 등의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용서와 화해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착한 사마리아인(루가 10,25-37)의 모습으로 되어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먼저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마태 22,34-40; 마르 12,28-34)는 단계로부터, 점진적으로 '그리스도를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마태 25,35-45)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이웃을 사랑함'(요한 13,34; 15,12-17)으로써 삼위일체적 사랑의 신비를 이웃과의 관계에서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흐름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초대 교회와 초기 한국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모습입니다. 초대 교회는 형제애로 뭉쳐진 공동체였기에 진정 교회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가진 것을 모두 공동 소유로 내어놓을 만큼 서로가 남이 아니었으며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이들이 하나도 없을 만큼 진정한 형제애를 실천하였습니다.(사도 2,42-47; 4,32-37)
 
 
초기 한국교회에서도 양반 상민간에 계급 제도의 높은 벽을 타파하여 애주애인(愛主愛人)의 정신으로 서로를 형제로 대하였고, 박해시대와 그 이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것과 같은 행위였습니다.(200주년 사목회의 사회 복지 의안 3항) 그리하여 신자들의 모범을 체험한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교회의 일원이 되었으며, 교회를 확장해 나가는데 밑받침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구는 어렵고 가난한 지역에 자리잡은 교회로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사목에 역점을 두어 왔습니다. 교구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복지사업은 바로 복음의 참된 이웃이 되어 살려는 열정적 노력입니다. 한낱 물질적 혜택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벗으로서 이웃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교회적 행위인 것입니다. 특히 구조적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이웃들을 일으켜주고 감싸주며 새로운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각자 안에서 이루어야 할 화해에 못지 않은 공동체적 이웃사랑입니다.
 
 
<복음 안에서 이웃과 함께>라는 목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웃 사랑이 전개되기 위해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은 먼저 각 본당에서 실행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입니다. 소공동체 운동은 초대교회의 모습(사도 2,46-47)을 되살리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을 사랑의 사슬로 엮어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참된 평화를 가져올 이웃 사랑의 회복 운동입니다. 그러므로 소공동체를 통해 이웃과의 사귐과 나눔과 섬김의 생활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교회가 인간 구성원의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웃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간학적, 심리학적 연구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주 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교회에 무관심해지기 쉬운 반면, 교회가 생활 공간으로 이해될 때 교회는 더욱 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각자의 취미나 특기들이 건전하게 발휘되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교회가 정신적, 신체적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마당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시대적 특징에 따른 인간 생활에 대한 이해로 교회가 일상 생활과 무관한 것이 아닌 생활 공동체로 자리잡아 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복음정신 안에서(마태 7,12; 루가 6,31) 이웃과 함께 할 때 세상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참된 이웃이 되기 위한 작은사랑의 실천은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겨자씨와 누룩이 됩니다.(마태 13,31-33) 증오와 불신의 벽이 높다고 하지만 사랑의 힘은 이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은 아주 연약한 자의 모습이었지만, 그분의 사랑은 원수의 마음도 돌리시고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모든 이를 감싸 안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끝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하나되고자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그 안에 현존해 계십니다. 성체성사는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사랑으로 우리가 어떻게 참된 이웃이 되어야 하는지를 결정적으로 가르쳐줍니다. 복음 안에서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성체의 모습으로 변화되어가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형제적 사랑의 소명을 깨닫고 참된 이웃이 되기 위해 성체의 신비를 생활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1일 대림절을 맞으며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
지난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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