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13년 부활메세지
  • 작성일2020/03/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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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활메세지]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루카 24,7)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빕니다.
 
 
사순시기가 지나고 부활이 왔습니다.
지난 사십일 동안 이어진 긴 여정에는 수난에서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예수님의 삶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그리고 이제 그 여정의 결과로 부활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예루살렘에 모였던 수많은 군중의 호산나라고 외쳐대는 환호 뒤에는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지만예수님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십니다그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통을 알기에 피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지만수난과 십자가의 죽음까지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가십니다.
 
 
아버지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그 길을 걷는 것이 당신이 일생을 걸고 외쳤던 사랑이었고생명까지도 내어놓는 그 사랑이 바로 아버지의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죽음은 허무한 것이요의혹덩어리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의로움을 포기하고사랑조차 포기해 버립니다죽음은 단순히 한 생명만을 끝장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그 사람의 일생에 걸친 삶과 노력까지도 삼키어버리는 절망입니다.
그리고예수님도 누구나처럼 이 죽음 앞에 맞닥뜨립니다.
세상은 죽음 앞에 선 예수님을 조롱하고 유혹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사랑이라는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기 위해서 예수님은 묵묵히 그 길을 걸으십니다.
과연죽음은 예수님조차도 삼켜버렸습니다.
십자가 위에 당신의 생명까지도 무력하게 내어놓으셨고세상의 믿음이 옳았다는 듯이 그렇게 모든 것은 끝장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의 결과로 주어진 무덤은 비었고부활의 소식이 전해집니다.
죽음이라는 절망을 넘어 부활이라는 희망이 솟아나옵니다.
죽음이 단순한 한 생명의 소멸을 넘어 그의 삶과 노력까지 삼켜버리는 절망이라면부활은 단순한 한 생명의 소생을 넘어 그 생명이 걸었던 삶과 노력까지도 되살리는 참된 희망입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청소년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활은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사목교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주님께서는 절망의 총체인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고절망의 상징인 닫힌 무덤을 열고 나오시어 희망의 상징이 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렇기에 부활을 믿는 이는 절망하지 않고늘 희망을 간직합니다.
주님의 부활이 죽음을 이겨낸 것처럼믿는 이는 온갖 절망을 이겨냅니다.
 
 
새로운 교황으로 즉위하신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도 지난 3월 19일 성 요셉 축일의 직무 시작 미사의 강론을 통해서 희망을 이야기 하십니다.
 
 
아브라함을 두고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믿은”(로마 4,18 참조분이라고 말하는 바오로 성인의 말씀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합니다오늘날에도 커다란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피조물을 보호하는 것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것그들을 부드러움과 사랑으로 돌보는 것은 희망의 따스함을 전하는 일입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에게아브라함과 요셉 성인의 경우처럼우리가 전하는 희망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열린 하느님의 지평에서 시작됩니다이는 하느님이신 반석 위에 세워진 희망입니다.”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의 희망을 보호하는 것도 하느님에게 희망을 두는 이들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교황성하의 당부입니다.
 
 
부활을 믿어 희망하는 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활은 십자가의 죽음 뒤에 주어진 하느님의 응답이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이가 십자가 없는 부활을 바라지만미안하게도 고통 없이 영광뿐인 그런 부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