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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부활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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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부활 메시지]
 
 
주님 부활의 영광과 아름다운 세상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신자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아담의 불순명으로 인류에게 온 죽음은 예수님의 부활로 다시 생명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죄로 끊겼던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이 큰 선물을 다음과 같이 알리고 있습니다.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 (로마 5,17). 요즈음 시기적으로도 우리 주님의 부활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부활의 의미처럼 겨우내 죽은 것 같았던 나무들에게는 봄기운과 함께 새 순이 돋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부활로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활로 하느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관계도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여러 가지 형태로 파괴되어 왔습니다. 전쟁과 분배의 불균형으로 세상에는 기아와 미움으로 얼룩졌고 집단적 이기심으로 흐르고 소외되는 계층이 많아지면서 고통과 슬픔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각 정당의 공천을 둘러싸고 정치적인 면에서도 걱정이 되는 모습입니다.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비판, 비방에 무게를 둔다면 분열의 골도 깊어지고 국민들도 여러 갈래로 분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서로가 양보하지 않고 욕심을 버리지 않고 나라의 당면문제를 등한시한다면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의 가치관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참다운 관계를 회복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아름다운 환경과 우리”라는 사목 주제로 각 가정과 본당, 지구, 교구차원에서 나름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만드신 모든 것을 좋게 하셨습니다(창세 1,31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아름다운 자연을 다스리는 권한을 인간에게 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느님께 불순명하여 아름다운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그때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것보다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띄기도 했습니다. 인류역사상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잘 살아왔지만 때로는 일시적 편리와 이익에 머물러 자연의 조화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담의 불 순명으로 잃었던 생명을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에게 새 생명을 되찾게 하셨고 잃었던 낙원의 아름다움도 되찾게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자연과 인간관계도 창조질서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 출발과 함께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운하”가 경제성만을 내세우고 자연파괴나 환경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쁜 부활이 있기 전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에 사순절과 성주간의 전례를 통해서 참여했고 그 진리를 체험했습니다. 부활의 기쁨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난 받으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제자들은 두려움으로 떨어야 했습니다. 예수님 부활 사건은 제자들에게는 기쁨과 환희의 축제보다는 빈 무덤의 실망을 체험해야 했습니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그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한 20,9).
 
 
세상에 죄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어도 빛으로 오시는 주님께서 세상을 비추시며 희망과 용기를 주십니다. 주님의 십자가 앞에 두려움과 불안에 떨던 제자들은 주님의 부활 후에는 용감하게 부활의 증거자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도 부활과 함께 재림하시는 주님께 대한 희망의 말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것입니다.”(사도 3,4).
 
 
다시 한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며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 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