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04년 부활 메시지
  • 작성일2020/03/12 13:36
  • 조회 778
[2004년 부활 메시지]


부활의 빛과 진리를 세상에 전합시다.
 
 
 
 
신자 여러분 ! 각 가정에 주님 부활의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사순시기 동안 기도와 희생을 하며 주님의 이 기쁜 부활을 준비해 왔습니다. 특히 성주간에는 전례를 통하여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함께 참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부활은 더욱 기쁘고 값진 것입니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주님의 수난과 죽으심과 부활의 사건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태오 복음서는 주님의 부활 사건 후에 이루어지는 대사제들과 경비병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부활사건은 처음부터 많은 이들에게 전해 진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기까지 대제관이나 종교지도자들 그리고 예루살렘 주민들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처형되고 무덤에 묻히시는 것으로 사람들은 안식일 준비에 더 마음을 썼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주님께서 예언하셨던 부활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까지도 예수님의 부활을 깨닫지 못 했습니다 (루가 24,21). 그렇게 의지하고 믿었던 주님께서 힘없이 죽음을 맞으시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허무와 슬픔을 체험했기 때문에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신다는 말씀을 미처 따를 여유도 없었던 것입니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빌라도에게 경비병들을 보내어 주님의 무덤을 지키게 했습니다. 그 이유는 혹시 제자들이 주님의 시체를 훔쳐다가 감추어 두고 주님께서 다시 살아났다고 속임수를 쓸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경비병들은 무덤의 돌을 봉인까지 하고 그 주위를 지켰던 것입니다.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천사가 내려와 그 돌을 굴려 내고 그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경비병들은 그 광경에 겁에 질려 떨다가 까무러쳤다고 성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경비병들 중에 몇이 부활의 그 광경을 대사제들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대사제들은 경비병들에게 돈을 주며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갔다는 위증을 지시합니다. 대사제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종교지도 자들이면서도 자신의 노선을 고수하려고 진리를 외면하였던 것입니다. 또 경비병들도 부활의 생생한 증인이면서도 금전 앞에 자신의 경비임무를 잊고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오늘 날 우리는 정치의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어지러운 정치상황에서 오는 실망과 안타까움과 함께 경제적인 어려운 여건들이 우리를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희망마저 없는 듯 하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주님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 싸여 있던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습니다. 주님의 죽음 후에 부활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은 혼란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활은 그 모든 것을 이기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죽음은 방황과 어둠이라면, 부활은 세상의 빛인 것입니다. 아무리 어두움이 칠흑처럼 캄캄하더라도 한 줄기의 빛은 모든 것을 바꾸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대사제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부활사실을 왜곡하여 어둠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부활의 빛은 세상이 진리를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어두움 속에서는 모든 것이 희미할 뿐입니다. 빛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빛을 받은 들판의 새들과 뜨락의 꽃들은 얼마나 신비스럽습니까? 또 빛을 받는 형제들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까? 주님의 부활은 진리를 진리로 깨닫게 해줍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이 어둡다하여 마냥 한탄하고 슬픔에 젖어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자들이 두려움을 박차고 주님의 부활을 알린 것처럼, 우리도 세상에 주님의 빛과 희망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곳에 주님과 함께 희망과 진리를 심고 기쁨을 기릅시다. 주님의 세상은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정치적으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담화문 “선거와 공동선”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대통령 탄핵 이후 빚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 양상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담화문의 내용대로 우리 모두가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대립과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부활의 증인으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회의원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성숙한 민주질서를 확립시켜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04년 부활대축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지석